11. 웨딩카 운전원

l 직무 특성 l

평생 호텔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퇴직한 노경환씨 “몸에 밴 서비스마인드 덕분에 창업에 성공 했어요”

1.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창업

고령자들에게 열려있는 취업 시장의 대부분이 경비, 청소, 주차, 주유, 배달, 돌봄 서비스 등이 대표 업종인 요즘에 평생 호텔업계에서 서비스 전문으로 일을 하다가 퇴직 후 시니어들을 위한 사회 공헌의 사명감으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2016년 ‘(주) 더 쇼퍼’ 라는 회사를 만든 노경환 대표인데,

“ 퇴직 후에 늘 시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 라고 말하는 그의 진지한 얼굴에서 고령자 취업 시장에 대한 보편적인 사회 통념을 깨뜨린 선각자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는 시니어라서가 아니라 시니어이기 때문에 취업이 가능한 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 흔히 사람들은 서비스를 공짜라고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

“ 제가 만든 회사의 상품이 서비스인 것이고, 그 상품을 바로 시니어들이 판매를 하는 겁니다 ”

노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 회사에서 시니어들이 어떤 서비스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인 지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2. 아들의 결혼으로 얻은 틈새시장의 아이디어

평소 출근하는 것처럼 결혼이라는 아주 특별한 날 아침에도 직접 운전을 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노경환 대표는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 너는 오늘 같은 날 운전해 줄 친구도 없니? ” 하고 물으니 아들에게서 돌아 온 답에는 노 대표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와 트랜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 당연히 그런 친구가 있기는 하죠. 그런데 요즘엔 그런 부탁을 아예 하지를 않아요..”

“ 친구에게 주말 하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니까요, 만일 한다고 해도 어차피 사례는 해야 하고요..”

“ 아버지는 벌써 옛날 세대분이세요..” 라며 아들이 웃었다.

그 순간 노 대표의 머릿속에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 어차피 사례를 하는 것이라면 그 일을 시니어 쇼퍼가 해 보면 어떨까? ’

인생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들에게 안성맞춤의 웨딩 쇼퍼라는 새로운 직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 준비된 창업가 노경환 대표

<더 쇼퍼> 라는 회사의 탄생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2012년 8월, 호텔 업계에서 퇴직한 노 대표는 퇴직 후 불과 2개월 뒤인 10월부터 곧바로 대리운전을 시작한다. 그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퇴직 후 갑자기 찾아온 개인적인 빈곤과 무료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 퇴직 후 갑자기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

“ 다달이 들어오던 월급도 없어지고, 친구들 모임에 나가기도 꺼려지더군요..”

“그렇다고 나갈 때마다 마누라에게 손 벌리기도 그렇고,, 허허허”

하지만 무엇보다도 항상 손에서 일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그의 철학 덕분에 2년 반 동안의 대리운전 경험은 <더 쇼퍼>의 창업 후 그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타고난 성실함과 추진력, 게다가 강한 도전 정신은 물론 사회 공헌 마인드까지 겸비한 덕택에 노 대표는 별 어려움 없이 창업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창업 아이디어를 얻은 후 그는 곧바로 시장조사에 착수 하였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약 25만 쌍 정도가 결혼을 하며 그 중 서울 수도권이 약 45%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중에서 만일 1%의 마켓 쉐어만 가져가도 연간 1,125 쌍이 되고 매월 약 100쌍의 신랑 신부를 고객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급기야 노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은 2천만 원의 창업지원금으로 ㈜ <더 쇼퍼>를 창업하기에 이르러 드디어 2013년부터 생각하고 추진해온 창업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4. 역경은 있어도 포기란 없다

 2013년부터 구상을 해온 일이지만 2015년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여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자신 있게 지원을 하였지만 떨어지고 말았다.

“ 기획안 내용이나 사용한 지원서 양식 등이 이미 구식이었어요, 세상이 변할 줄도 모르고 옛날 생각만 한 거예요 ”

이 후 노 대표는 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사업계획서 작성 요령에 대한 강의를 무려 5개월에 걸쳐 들었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어 노 대표는 당연히 본인의 것이 채택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 너무 자만했던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저의 역량 부족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죠..”

이 후 2016년 3월에 성남 사회적기업진흥원에 지원하여 드디어 창업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요즘은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 의사소통이랄까.. 일을 하겠다고 해 놓고도 막상 일을 주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못하겠다는 핑계만 대는데, 취업 의지가 문제인 것 같아요 ”

“ 때로는 평일에도 일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

하지만 노 대표는 언젠가는 회사가 평일에도 웨딩 쇼퍼에게 일을 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한다.

5. <더 쇼퍼>는 어떤 회사인가..

사실 웨딩 쇼퍼라는 말은 영국 왕실의 마부를 칭하는 ‘쇼퍼’에서 유래되어 지금은 고품격 전문 운전기사를 뜻하지만 여전히 용어가 생경하게 들릴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며 결혼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관련 전문 대행업체를 찾는 젊은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더 쇼퍼>에는 노 대표를 포함하여 총 7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직접 웨딩 쇼퍼도 하고, 매칭도 하고, 쇼퍼 양성도 하고 계세요”

회사에서 가장 연장자인 노 대표가 1인 3역을 한다면서 직원 한 사람이 밝게 웃는다.

<더 쇼퍼>에서 일을 하는 시니어 웨딩 쇼퍼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에게 결혼 당일 이른 새벽부터 그들의 동선을 따라 다니면서 고품격 운전과 세심한 서비스 마인드로 웨딩 후 공항까지 배웅해 주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무를 위한 운전 스킬은 기본이고 교육와 훈련으로 잘 무장된 시니어 쇼퍼들이 인생 선배로서의 자상한 배려와 감성 서비스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다.

<더 쇼퍼>의 현황을 간단히 요약해 보았다.

또한 취업을 원하는 시니어는 동작 구청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쇼퍼 교육(총 24시간 : 3시간 X 8회)을 이수 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

“사실 운전은 70이 넘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객의 반응도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하며 노 대표는 살짝 아쉬움을 내 비친다.

현재는 주말에만 인력풀의 형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투잡도 가능하며 개인적인 사유가 있으면 사전 고지만으로도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아울러 시니어 쇼퍼의 임금은 주말에 일을 하면 다음 주 수요일에는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6. 시니어가 일하기 좋은 회사, 하지만 프로 정신으로 무장되어야..

<더 쇼퍼>에서 일을 하는 시니어 웨딩 쇼퍼는 비교적 높은 시간당 임금을 받기도 하지만 하루 근무 시간의 반은 대기 시간이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니어 웨딩 쇼퍼들에게 요구되는 몇 가지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으로 되어 있다. 즉, 그들은 단순한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랑 신부를 최고의 고객으로 섬겨야하는 서비스 마인드는 물론 의사소통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우려 절대 개인적인 사담이나 질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한 번은 웨딩 쇼퍼가 신랑 신부에게 부친이 뭐하는 사람이냐, 신랑은 결혼 전에 무슨 일을 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해서 엄청난 항의를 받은 적이 있어요"

노 대표는 그 후에 웨딩 쇼퍼의 인성 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결혼 당일 하루는 신랑 신부가 정갈한 복장을 한 시니어 웨딩 쇼퍼에게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감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새벽부터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 운전과 기본적인 체력은 시니어 웨딩 쇼퍼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항이다.

7. <더 쇼퍼>의 비전

“ 창업 후 2019년 6월까지 총 111쌍에게 시니어 웨딩 쇼퍼의 서비스를 제공했답니다.”

“ 그동안 이용 고객들이 까페에 후기를 올려준 덕분에 많은 홍보가 되어 앞으로 이용 고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노 대표는, 현재로서는 경쟁사가 없는 블루오션이지만 개인적으로 시니어가 관련 창업을 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니어에게 적합한 창업 아이템이자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이템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동안의 고객 만족도 조사를 통해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음은 물론 여성 웨딩 쇼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여성어르신에게도 매우 적합한 직종이라는 결론도 얻게 되었다.

앞으로 웨딩 쇼퍼들에 대한 고정 관념 타파 및 인성 교육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올해 9월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신청을 할 계획과 함께 인력풀을 총 15명까지 증원하여 운영할 방침임은 물론, 아울러 2020년에는 B2B 시장으로 진출 및 확장할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

“ 우리 회사 퇴직 연령이 69세인데, 아직 한창 일 할 나이 아닙니까, 저는 더 많은 시니어가 일 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어요 ”

노 대표의 눈을 통해서 <더 쇼퍼>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